파리 2024 올림픽 펜싱: '어펜저스' 김준호 -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자신감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 오상욱으로 이뤄진 남자 사브르 펜싱 대표팀은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연패를 달성하며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대회를 '어펜저스'의 마지막 올림픽으로 장식할 것이라는 기대를 더해주었습니다.
그러나 노익장을 과시하던 맏형 김정환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지난해 7월 2023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동생들과 함께 하지 못하며 5연패라는 대기록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불혹이 된 '불꽃펜서'는 6월에 열린 아시아펜싱선수권과 9월에 열린 아시안게임에 함께 했기에 올림픽 출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둔 듯 했으나, 결국 그의 파리행이 이뤄지지 못하며 그들의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은 무산됐습니다.
그러나, 김정환의 빈자리보다 더 놀라운 소식은 '어펜저스'의 셋째 김준호 역시 지난해를 끝으로 돌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는 것입니다.
김준호는 2023 아시아선수권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남자 사브르 대표팀에서 유일하게 개인전 메달을 목에 걸었고, 아시안게임 3연패를 일궈낸 어펜저스의 주축 멤버로 든든하게 제 몫을 해내고 있었던 터라, 올림픽이 열리는 해 그의 결정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Olympics.com이 이제 해설위원으로서 파리 2024 피스트 밖에서 남자 사브르 대표팀에 힘을 실어줄 김준호를 만나보았습니다.
Olympics.com (이하 Olymipics): 먼저, 개인으로도, 팀으로도 너무 좋은 결과를 내고 있었는데, 2024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해를 앞두고 태극마크를 반납한 이유를 여쭤보고 싶었어요.
김준호: 가족들이랑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적어서요. 당연히 운동도, 명예도 좋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족들까지 못 만나면서 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좀 강하게 왔었거든요.
Olympics: 사실, 김준호 선수는 올림픽부터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모든 메달을 다 목에 걸어보셨는데요, 펜싱 커리어나 인생에서 올림픽은 어떤 의미인가요?
김준호: 올림픽이란 모든 선수에게 마찬가지로 어떻게 보면 꿈의 무대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국가대표 선수들 모두 올림픽을 바라보고 훈련할 정도이죠.
판정에 의해서 흔들릴 수 있어요. 거기서 그 상황을 넘기냐, 못 넘기냐가 경험치라고 생각해요.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그런 경험이 부족하니까 확실한 동작으로 좀 자신감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Olympics.com: 이번에 파리 2024 무대에서 보게 될 '뉴 어펜저스'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은데요, 김준호 선수도 오상욱 선수와 함께 런던 2012 금메달을 획득한 팀에 합류했었죠. 이번에는 도경동 선수와 박상원 선수가 팀에 합류했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김준호: 저랑 상욱이는 올림픽 전에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 모든 메이저 대회를 다 뛰어봤거든요. 그런데 지금 새로 들어온 선수들은 첫 메이저 대회가 올림픽이에요.
원래 펜싱도 그렇고 운동이란 게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기에 이런 신예 선수들이 어떻게 보면 더 유리할 수 있거든요. 이미 월드컵 단체전(2월 트빌리시, 3월 파도바)에서 두 번 우승도 했고요.
Olympics: 그렇다면, 자리를 물려준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김준호: 분명히 심판이 있는 종목이기 때문에 판정에 의해 흔들릴 수 있어요. 거기서 그 상황을 넘기냐, 못 넘기냐가 경험치라고 생각해요. 새로 들어온 선수들이 그런 경험이 부족하니까 확실한 동작으로 좀 자신감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Olympics.com: 대표팀은 떠났지만, 그래도 사브르 대표팀과 파리 2024를 함께 하고 있잖아요. 올림픽 해설위원으로 데뷔하시게 되는데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김준호: 저는 이번 해설에서는 펜싱 지식, 기술적인 면을 넘어 그 선수들이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를 전해주고 싶어요. 저는 경험도 있고, 그 선수들과 잘 아니까, 성향도 잘 알고, 장점도 잘 알잖아요.
Olympics.com: 그렇다면, 김준호 선수가 생각하는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김준호: 일단, 사브르를 보셔야 합니다. 사브르가 제 종목인 것도 있지만, 그 기록이 조금 더 오래갔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있어야 후배들도 더 열심히 해서 올라 오거든요. 힘들겠지만, 후배들이 함께 꼭 좀 해냈으면 좋겠어요.
Olympics: 개인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오상욱 선수가 김정환 선수의 뒤를 이어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이자 3회 연속 남자 사브르 개인전 메달을 한국 펜싱에 안겨주려고 노력 중인데요.
김준호: 사실 아시아선수권 전에 상욱이랑 통화를 했는데요, 요즘 되게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또 아시아선수권에서 1등도 하고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것 같아요. 그래서 상욱이 정도면 메달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해요.
그래도, 너무 변수가 많은 대회가 올림픽이잖아요. 지금부터 지나치게 과한 스포트라이트는 피해주시면 좋겠어요.
Olympics: 그럼, 펜싱의 매력을 하나 소개해 주세요.
김준호: 펜싱은 어떻게 보면 찰나의 순간에서 펼쳐지는 경기인데요. 반복 훈련을 통해서 경기 패턴이 자동화된 종목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거기서 '수싸움'을 하는 거죠. 여러 상대와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다양한 상황을 파악하는데, 제 생각이 맞아 떨어져서 이겼을 때 그 쾌감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희열이 있습니다.
또, 사브르를 이야기하자면, 많은 이들이 너무 정신없다고 하기도 하거든요. 두 선수가 순간적으로 붙었을 때 승패가 나니까, 두 번의 기회는 없죠. 그런 박진감이 사브르의 매력이기도 해요.
Olympics: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 펜싱이란 김준호 선수 인생에서 어떤 존재인가요?
김준호: 10대, 20대를 그냥 펜싱만 했으니, 인생의 반 이상을 펜싱으로만 보냈네요. 어느 정도였나면, 정말 펜싱만 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거든요.
Olympics: 그렇다면, 선수 생활 이후에는 어떤 목표가 있으신가요?
김준호: 지도자에 대한 꿈이 있어요. 지금도 (소속팀 화성시청에서 플레잉 코치를) 병행하고 있긴 한데요, 개인적으로 어린 선수들이 기본기를 더 탄탄하게 다지고, 한국적인 펜싱을 할 수 있게 가르쳐 보고 싶어요.
지도자를 하고 나서 초등학교나 중고등학교 시합을 가보면, 기본기가 없는 선수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냥 메달만 따려고 하는데, 그게 발전을 더디게 하는 길이에요.
저는 앞으로 강연도 좀 하고 싶어요. 제 강연을 통해서 후배들이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펜싱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