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 아침 경기도 파주의 국가대표팀훈련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 FIFA 여자 월드컵 최종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콜린 벨 감독은 이번 대회의 전망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실은 경기장에 있습니다 (The truth is on the pitch)." - 유럽축구연맹 선수권대회 유로 2004에서 약체 그리스를 우승으로 이끈 독일 출신의 명장 오토 레하겔 감독의 명언을 인용한 것이죠.
벨 감독은 축구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하루종일 수다를 떨어도 시간이 모자라지만, 진짜 축구는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말을 아꼈습니다.
그 날 이후로 20일 남짓 시간이 흐른 지금, 여자 대표팀은 콜롬비아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마지막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키워드: 고강도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로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는 데 진심이었던 벨 감독이 제일 좋아하는 우리말 단어는 '고강도'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삼행시로 설명해 드릴게요:
- 고(높게): 높은 강도의 훈련과
- 강(강하게): 강한 압박으로
- 도(도전하라): 당당히 상대와 맞선다
실제로 벨 감독은 지난 4년 가까이 팀을 이끌어오면서 꾸준한 훈련을 통해 조직적, 체력적, 전술적으로 체계적인 준비를 해왔습니다. 축구는 전후반 45분씩 90분 동안 펼쳐지는 경기이지만,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서는 95분, 100분 동안 뛸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는 게 벨 감독의 지론입니다.
득점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 순간적으로 집중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빨리 회복하는 요령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합니다. 또한 벨 감독은 공격에서 수비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항상 강조합니다.
이론적으로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축구는 예측할 수 없는 경기입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도 요구됩니다.
프랑스 2019 대회와 달라진 점은?
윤덕여 감독이 이끌었던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은 본선 추첨 결과 개최국 프랑스와 개막전을 치르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파리 2024 대회 축구 경기 개최지이기도 한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2019년 6월 8일 저녁 프랑스와 맞붙은 대표팀은 초여름에 어울리지 않는 쌀쌀한 날씨에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0-4로 크게 패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그날의 패배를 극복하지 못한 대표팀은 이어진 경기에서 나이지리아와 노르웨이에 연달아 패하면서 일찍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출전팀 숫자가 24개국이었기 때문에 조 3위를 하더라도 골득실에 따라 16강을 노려볼 수도 있었지만 첫 경기에서 너무 큰 점수차로 지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지고 말았죠.
참가국 수가 32개국으로 늘어난 이번 대회에서는 반드시 조 2위 안에 들어야 결선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지난 대회와는 반대로 한국은 H조 4번 팀으로 배정되어 다른 팀들보다 일정상 가장 나중에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개막전 이후에도 다른 팀들의 경기와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경기 일정
2023년 7월 25일 (화요일) 12:00 - 한국시간 11:00
콜롬비아 - 대한민국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