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024 올림픽 사격: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김예지
주말의 여유로움이 모두 끝나가고 월요병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던, 지난 7월 28일 일요일 저녁(한국시간), 멀리 파리에서 활약한 두 명의 명사수 덕분에 한국은 행복한 일요일 밤을 맞았습니다.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에서 19살의 오예진이 금메달을, 그리고 김예지가 은메달을 나란히 획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 스포츠 팬들의 한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소셜미디어를 달구기 시작했습니다. 전날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오상욱이 엄청난 관심을 모으며 'K-드라마' 대신 'K-올림픽'이라는 새 장르의 한류를 만들어 내기 시작할 때, 사격 은메달리스트 김예지가 나타나 이 화력을 높이면서 전세계 스포츠 팬의 관심 한가운데에 섰습니다.
오상욱이 '상업튀(상욱 업고 튀어)'의 'K-로코' 라면, 김예지는 'K-스릴러'라 할까요. 최근 개봉한 영화 <리볼버>가 소환되고, 김예지 선수가 배우 전도연과 닮았다는 댓글이 한국 소셜 미디어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했는데요.
무덤덤한 표정,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 쿨하게 주머니에 꽂아 넣은 왼손, 결코 흔들리지 않는 길고 단단하게 뻗은 오른 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이 차가운 총잡이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을 홀렸습니다.
그녀가 사격 안경을 착용하고 도도한 표정으로 글라스 아래로 카메라를 주시하는 포트레이트 사진과 올림픽 경기 중 과녁을 향해 총을 들고 집중하는 옆모습의 사진이 전세계 외신에 소개된 이후였습니다.
그리고 X.com(구트위터)에는 한 영상이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ISSF(국제사격연맹) 월드컵 경기 25m 공기권총에서 세계 기록을 달성하는 장면이었습니다.
3천 2백만회 조회수(계속 올라가는 중)에 이르는 관심으로 일론 머스크까지 여기에 "사격 세계 챔피언이 액션 무비에 나온다면 멋지겠는데!"라고 댓글을 달기까지 한 것이죠.
김예지에 대한 관심을 보인 것은 테크업계 셀럽 CEO 뿐은 아닙니다. 현재 TIME, CNN 같은 언론부터 패션잡지 GQ, Glamour 등까지 2024 파리 올림픽 가장 쿨한 선수, 최고의 걸크러시(Badass)로 부르며 그가 출전했던 과거 경기와 '엄마'선수로서의 모습, 심지어 입고 있는 옷의 브랜드까지도 조명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31세 김예지는 충청북도 단양 출신으로, 고등학생 때 2010년 뮌헨 세계 주니어 선수권 대회 개인전 동메달,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는데요.
2024년 그는 혜성과도 같이 세계 무대에 재등장, 두각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김예지는 여자 25m 공기권총에서 2024 자카르타 아시아선수권대회 은메달, 2024 뮌헨 ISSF 월드컵 동메달을 획득했고, 2024 바쿠 ISSF 월드컵 에서는 25m 금메달과 10m 은메달을 동시에 거머쥐었습니다.
그녀는 반전매력으로도 사람들의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6살 딸의 앙증맞은 작은 코끼리 인형을 허리띠에 걸고 경기를 펼쳤던 것인데요. "딸에게 엄마가 위대한 선수라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엄마파워를 예고했고, 경기 중 부적과도 같은 인형을 만지작 거리며 침착함을 유지했습니다.
특히 차갑고 도도한 경기장면과 달리 매우 털털했던 은메달 후 인터뷰도 이 반전매력을 더합니다. 얼굴 한가득 웃음을 머금고 약간의 충청도 사투리를 섞으며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이었는데요. 10m이외에 25m 공기소총 경기를 앞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인터뷰어와 달리, 한쪽 눈썹을 움직이며 “금메달 하나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신감은 늘 있고요. 못해도 금메달 하나는 여러분께 꼭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그녀가 금메달을 약속한 25미터 공기권총 경기는 8월 3일 토요일 예정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