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024 올림픽 요트: 하지민 - 올림픽 5회 연속 출전에 빛나는 바다 위 철학자

기사작성 Haeyoung S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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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민 - 요트 남자 딩기 1인승
촬영 2021 Getty Images

요트 딩기 종목의 하지민은 파리행 비행기에 오르며 올림픽 5회 연속 출전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게 됐습니다. 햇수로 따지자면 무려 20년간을 한국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나선 것이죠.

요트의 불모지 한국 출신이지만 그의 기록은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아시안게임 3연패,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 그리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7위까지 오르면서 하지민이 하지민의 기록을 넘어서는 행보를 꾸준히 보여왔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강자로서 유럽인들이 제패하고 있는 요트를 조금씩 조금씩 파고 들어 세계적인 선수로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그.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하지민이 하지민 할 수 있을까요?

Olympics.com이 하지민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는 올림픽에 대한 각오 만큼이나 뱃사람이 가질 법한 아름다운 인생의 철학을 우리에게 들려주었습니다.

한국에서 요트는 사실, 접하고 싶다고 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종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시작이 매우 궁금해요.

제가 부산이 고향이거든요. 어린이 강습으로 부산시에서 개최하는 체험 수업이 있었어요. 저희 형이 우연히 참가하게 됐고, 제가 그 모습을 옆에서 보다가 하고 싶어져서 엄마한테 말씀을 드리게 됐죠.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에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은 생활 스포츠, 레포츠 이런 것들이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요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를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이 더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요트를 취미 이상으로 하게 됐나요?

사실 사람들의 기대나 관심 이런 걸 신경쓰지 않고 제가 그저 좋아서 꾸준히 했던 것 같아요. 십대 때는 이게 좀 쿨해보인다고 해야할까 그런 것도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사실 제가 그리 운동을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에요. 다들 하는 태권도나 축구, 이런 것도 특별히 해본 적이 없어요. 어렸을 때 배웠던 스포츠는 수영 밖에 없거든요.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었던 내가 요트를 좋아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요?

전 혼자 있는 시간을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세일링이라는 것 자체가 바다에 나가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게 되거든요. 물론, 대회에 나가면 경쟁적으로 하게 되지만, 대부분 유유하게 사색하는 과정이 많아요. 그런 부분들이 마음에 들어서 계속 하게 됐어요.

요즘에 MBTI 이야기를 많이들 하잖아요. 매우 내향적인 I 처럼 들립니다.

어릴 때는 물론 다른 친구들과 몰려 다니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측면에서는 혼자 있고 하는 걸 즐겼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단체에서 크게 어울리고 하는 것이 그리 편하지는 않고 인간관계를 넓히는 것에 적극적이지는 않죠. 아주 내향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제 바운더리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향인 것 같기는 해요.

사색을 즐기고 내향적인 면이 요트 종목을 하는 사람의 좋은 자질일까요? 바다와 단 둘이 있는 시간이 많으려면 그런 점도 필요해 보여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세일링이란 스포츠를 좀 잘하려면, 특히 또 그 주류인 사회(유럽 선수들) 안에서 교류를 하는 것이 필요해요. 전략 전술적인 상황에서 분명 그런 것들이 영향을 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제가 그 부분에서 좀 약하고 단점이라 꾸준히 노력하지만, 타고나는 거랑은 아무래도…

하지만 또, 결과적으로 이 스포츠가 결국 본인 혼자 결정하고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단체종목을 하는 선수들과 분명히 결이 다른 건 있어요.

어린시절에 취미처럼 요트를 좋아했던 이유와 선수가 되면서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분명 다를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는 바다 위에서 기구를 이용한다는 것, 배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요. 바람 강도에 따라서 배의 속력이 달라지니까 제 예측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소소한 기쁨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었는데요. 선수가 되고 나서는 기술적으로 연습하는 것도 재미있고, 전략전술을 이용해서 바람을 예측하는 정확도를 높이고, 예측을 하지 못하더라도 위험관리를 하면서 배의 위치를 만들어가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죠. 5분 혹은 10분 후를 예측해서 조금 더 안전한 곳 혹은 적극적으로 제가 보다 유리한 곳에 배를 위치시키는, 이런 가정들의 연속이거든요.

정말 세일링은 뭔가 인생을 확실히 은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까운 미래를 조금씩 준비하면서 나의 위치를 만들어가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맞아요. 저도 배를 타면서 인생 그리고 철학적인 문제들을 실제로 많이 생각합니다.

이 인터뷰 직전에 따님이 아빠한테 매달려 있는 걸 보면서 행복해 보이는 가정이다 생각했는데요. 최근 운동보다 가족이 더 중요하다라고 인터뷰 하셨던데요.

제가 볼 때 요트는 평생 하는 스포츠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결국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트에 출전하는 올림픽 선수들, 대표 선수들은 다른 종목들에 비해서 비교적 집을 떠나 있는 시간이 매우 길거든요. 현지 적응 훈련이 많아요. 아무래도 바다의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적응 훈련이 꽤 많은 퍼센티지를 차지하고요. 그러다 보니, 외국 선수들 중에는 이런 이유로 가정이 깨지는 경우도 꽤 많고요. 물론 요트가 제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제 가정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솔직히 올림픽 메달을 따든 그렇지 않든, 제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거든요.

왜요, 메달을 따면 매우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요(웃음)?

물론 달라질 수는 있는데(웃음), 그건 결국 명예나 돈 같은 것일텐데 그건 결국 사라지잖아요. 그렇지만 제 가정은 다르잖아요. 제 아이들이 커서 미래에 사회 구성원으로 잘 살아가도록 이 가정을 잘 꾸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너무 오랜 만에 듣는 좋은 강의 같다는 생각까지 들어요(웃음). 말씀하시는 톤도 그렇고, 항상 안정적이고 바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시고 또 그것이 편해 보입니다.

네, 그게 또 요트에서는 장점과 단점이 되기도 해요. 아무래도 경기에서는 조금 공격적인 성향이 있어야 할 때도 있는데, 제가 많이 차분해요.

5회 연속 올림픽 출전 뿐만 아니라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아시안 게임 3연패, 그리고 도쿄 올림픽에서는 7위까지 오르셨죠. 아시아의 최강자로 오랫동안 군림해왔는데, 이 말은 즉, 내 기록과의 싸움이라는 말이기도 하죠. 오랫동안 혼자 출전하고 혼자 기록을 만들고 했어요. 가까운 경쟁자 없는 훈련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네. 우선 계속 기량을 끌어올린다는 게, 또 아이를 낳고 절대적인 시간이 많지 않아서 훈련 시간 자체가 줄어드니까 쉽지 않은 순간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편이고 제 약점을 잘 알고 있고, 이를 보완해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니까 조금씩 나아졌던 것 같아요.

올림픽에서 경기를 하게 될 마르세유에서 최근 현지 적응 훈련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르세유 어떠셨어요?

저희가 유럽 투어를 주로 하는데, 지나가는 도시로만 보고 체류하면서 훈련한 것은 처음인데요. 도시 자체는 생각보다 크고 시끄러워서 잠을 잘 못 자긴 했어요(웃음). 그렇긴 한데 바다 자체는 너무 좋았어요. 바람이 다양하게 불어서 변수가 있는 경기가 될 것 같은데요. 반대로 생각하면 또 누구에게나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해야할까요.

이번 올림픽에는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가시나요?

아 제 아내가 지금 만삭이라서 같이 가지는 못하고요. 지난 도쿄 때도 임신 중이었었는데 이번 올림픽에도 또(웃음).

올림픽 때마다 성적이 상향으로 조정됐잖아요. 이번 올림픽에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순위권 같은 것보다는 제 약점을 좀 극복하고 싶은데요. 제가 자기 신뢰도가 좀 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충분히 잘 해왔고 준비를 했다고 생각하니까 이제는 제 자신을 잘 믿고 제 경기를 해내는 것이 지금의 목표입니다.

하지민 선수가 보여온 성적들을 보면 이런 심리에 대한 고백이 살짝 놀랍기도 해요.

저는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충분하지 못하다라고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주변에서도 그렇고, 뒤돌아 생각해보면 이런 환경에서 걸어온 길이 충분히 인정 받을 만하다고 일부러라도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 자신도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경기를 가지고 임한다면 포디움 위를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경기에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예전 디시 인사이드 갤러리 중 자랑 갤러리에 올렸던 포스팅이 엄청난 화제가 됐었죠. 당시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셨지만, 비인기종목으로 언론에 관심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직접 자랑갤러리에 올리셨던 게 나중에 큰 관심을 받았어요. 그랬기 때문에 하지민 선수가 자신감이 엄청난 사람일 거라고 예측했었거든요.

그게 사실은 엄청나게 마이너한 갤러리거든요. 화제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었어요. 반은 장난으로 반은 진심으로 나의 마음을 어딘가에는 올리고 싶었고 그냥 마이너들끼리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죠(웃음).

파리 올림픽 이후 계획은요?

저는 은퇴 같은 건 계획하지 않고요. 꼭 올림픽과 같은 메이저 대회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선수 생활은 할 수 있을 때까지 할 생각이거든요. 하지만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것들은 때가 되면 다음 세대들이 해줘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요트 종목에는 하지민 선수가 유일한 출전자일 정도로 아직 한국은 그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아쉬운 부분이나 기여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제가 이렇게 5회 연속 출전하는 것 자체가 시스템이 해내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인데요. 제가 선수로서 할 수 있는 건, 결국 올림픽에 나가서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서 다음 세대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선수가 직접 나서서 판을 짜기는 힘들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이 기술이나 모든 것은 결국 정부에서 산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제가 사회에 기여할 의무가 마땅히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언제든 필요할 때 참여할 의향이 있습니다.

파리 2024 요트: 하지민 경기 일정

파리 2024 요트 전 경기 일정 보기

모든 시간은 한국 시간. 파리 현지 시간 +7시간

8월 1일 목요일

  • 19:15 남자 딩기

8월 2일 금요일

  • 22:35 남자 딩기

8월 3일 토요일

  • 19:15 남자 딩기

8월 4일 일요일

  • 19:15 남자 딩기

8월 5일 월요일

  • 21:40 남자 딩기

8월 6일 화요일

  • 22:43 딩기 메달 레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