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024 올림픽 배드민턴: 김원호-정나은, 세계 챔피언 서승재-채유정 꺾고 결승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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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2024 Getty Images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의 금메달을 보면서 올림픽 무대를 꿈꿔왔고, 그냥 상상이나 생각은 했지만 진짜 이뤄질지는 몰랐어요. 이렇게 왔으니까 일단 빨리 받아들이고, 마지막 도전을 후회 없이 해보고 싶습니다.

(김원호, Olympics.com)

한국을 대표하는 두 혼합 복식조인 서승재-채유정 조와 김원호-정나은 조가 2024 파리 올림픽 준결승에서 맞붙었습니다.

8월 1일 목요일 저녁(현지 시간) 아레나 포르트 드 라 샤펠에서 열린 파리 2024 배드민턴 혼합 복식 준결승전에서 치열한 집안 싸움 끝에 김원호-정나은이 결승행을 확정지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원호는 배드민턴의 전설이자 어머니 길영아의 뒤를 이어 올림픽 메달을 넘어 올림픽 챔피언의 자리에 도전합니다.

길영아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회 여자 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뒤, 애틀랜타 1996에서 혼합 복식 금메달과 여자 복식 은메달을 목에 건 배드민턴의 전설적인 존재입니다.

이제 길영아의 아들 김원호가 어머니의 발자취를 따라가려고 합니다.

김원호는 경기 직후 믹스트존에서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의 금메달 보면서 올림픽 무대를 꿈꿔왔고, 그냥 상상이나 생각은 했지만 진짜 이뤄질지는 몰랐어요. 이렇게 달려 왔으니까 일단 빨리 받아들이고, 마지막 도전을 후회 없이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올림픽 데뷔전에서 결승행을 이뤄낸 김원호는 오늘 어머니에게 전화한다면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을까요?

이제 길영아의 아들이 아닌,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준결승: 김원호-정나은 vs 서승재-채유정

세계 랭킹으로 보나 전적으로 보나 서승재-채유정 조가 김원호-정나은 조를 한참 앞서 있는 상태에서 집안 대결이 펼쳐진 건데요.

세계 랭킹 8위 김원호-정나은 조는 세계 랭킹 2위 서승재-채유정 조를 상대로 1세트를 21-16으로 가져오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습니다.

2번째 세트에서는 엎치락 뒤치락하며 경기를 끌고 가다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20-22로 세트 스코어 1-1 상황이 만들어 졌는데요.

마지막 세트에서 서승재-채유정 조가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이전까지 나오지 않았던 플레이로 김원호-정나은 조의 발을 묶으며 점수차를 벌려 나갔습니다.

하지만 인터벌 타임 이후, 코트 위에 선 4명의 선수 모두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정신력으로 랠리를 이어 나가며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박수를 이끌어 냈습니다.

특히 김원호-정나은이 3세트를 16-13으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김원호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전까지 5전 5패를 기록하며 단 한번도 서승재-채유정을 상대로 이긴 적이 없던 김원호-정나은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1승을 추가해 6전 1승 5패의 전적을 기록하게 된 김원호와 정나은은 이제 혼합 복식 마지막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결승에 오른 김원호-정나은 조는 베이징 2008 혼합 복식 금메달리스트 이용대-이효정 이후 16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합니다.

서승재-채유정 조도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했으며, 아테네 2004 남자 복식 이후 20년 만에 시상대 위에 2개의 태극기가 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원호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우선 저한테 해줬던 말은 '올림픽 무대는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것이니까, 그동안 최선을 다해 연습했으니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이런 얘기를 해주셨던 것 같아요."

김원호-정나은 조는 한국 시간으로 8월 2일 오후 11시 10분 정스웨이-황야총 조와 금메달 결정전을 펼치며, 이에 앞서 같은날 오후 10시 서승재-채유정이 와타나베 유타-히가시노 아리사를 상대로 동메달 획득에 도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