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성화 봉송의 시작을 알릴 일본의 축구 영웅들

3월 25일 후쿠시마에서 열릴 그랜드 스타트 행사에서 올림픽 성화 봉송의 시작을 알리는 첫 주자는 FIFA 여자 월드컵 우승을 거뒀던 일본의 2011 여자 축구 대표팀 멤버들입니다. 모두가 기다려온 2020 도쿄 올림픽이 개막하는 2021년 7월 23일까지, 121일간의 성화 봉송 여정이 시작되는 그 감동의 순간을 장식할 주인공들을 알아봅니다.

촬영 2011 Getty Images

계주, 릴레이에서는 보통 최고의 주자가 제일 마지막 순서에 배치됩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 성화 봉송 릴레이에서는 그 통념을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주자로 나서는 것은 2011년 FIFA 여자 월드컵을 우승했던 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 멤버들로, 세계를 제패한 이 ‘나데시코 재팬’ 팀은 일본 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사랑 받는 영웅들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이 멤버들은 3월 25일 목요일 후쿠시마에서 열리는 그랜드 스타트 행사에 이어 121일간 진행될 올림픽 성화의 여정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유명한 팀의 멤버였던 사와 호마레, 카이호리 아유미, 마루야마 카리나, 안도 코즈에 같은 전직 선수들이 성화 봉송의 킥오프를 맡는다는 것은 다른 의미로도 적절합니다. 도쿄에서 올림픽이 개막하는 7월 23일은 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발드슈타디온에서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우승(남녀 통틀어)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 날로부터 거의 10년이 되는 날인 것입니다.

그날, 48,817명의 관중 앞에서 두 번이나 경기를 되살려냈던 일본 대표팀은 결승까지 오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숏패스 전술과 함께 불굴의 정신을 상징하는 팀이 되었습니다.

주장 사와

그 당시 팀을 이끌었던 것은 주장이자 2011 월드컵 최우수선수, 그리고 그 해의 FIFA 여자 세계 올해의 선수이며 6경기 5득점으로 2011 월드컵 득점왕에 올랐던 사와 호마레였습니다. 사와는 또한 월드컵 결승전에서 칼리 로이드, 에비 웜백, 호프 솔로, 메건 라피노에 같은 글로벌 슈퍼스타들과 함께 세 번째 우승을 노리는 미국 대표팀을 상대로 일본 선수들이 침착한 경기를 펼치는데 힘을 보탰습니다.

연장전 종료가 가까워지는 시간에 사와는 정말 중요했던 동점골(2-2)를 넣었습니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는 일본의 카이호리 아유미 골키퍼가 셰넌 복스와 토빈 히스 두 명의 슛을 막아내며 아시아 축구 영웅으로 떠올랐고, 미국의 3회 우승 저지와 함께 일본을 축제 분위기로 몰아넣었습니다.

Homare Sawa at training in 2011
촬영 2011 Getty Images

동일본 대지진

일본 대표팀이 거둔 그 승리는 우승만이 아니었고, 축구 경기장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수천명의 생명과 생계를 앗아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원전사고로부터 단 몇 달 후에 나온 그 승리는 재해로부터 회복하고 있던 일본 국민들 모두가 만끽했던 자부심과 재생의 순간이었습니다.

일본에 영웅이 필요했던 시기에 여자 축구 대표팀이 그 역할을 해 주었고, 이들은 최초의 결승전 출전과 최초의 우승뿐만 아니라 그것을 실력과 스타일, 그리고 언제나처럼 미소와 함께 이뤄냈습니다.

결승전 다음날, 도쿄로 돌아가는 주장 사와는 금메달을 목에 걸고, 우승 트로피를 손에 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한 팀으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절대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어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재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이 승리를 꼭 바쳐야 했으니까요.”

나라 전체에 용기를 주다

도쿄 나리타 공항에 내린 대표팀은 수천명의 환영 인파를 만났습니다.

2011 대표팀 감독, 사사키 노리오는 귀국 인터뷰에서 “필드 위에서 우리는 항상 나라의 응원을 느꼈습니다. 뭔가 보답을 하고 싶었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총리였던 간 나오토는 이 승리를 고통받는 나라를 위한 “위대한 선물”이라 칭송했고, “나라 전체에 용기를 심어줬다고 생각합니다. 총리로서, 그리고 일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라고 덧붙였습니다.

Japan at the FIFA Women's World Cup 2015 final
촬영 2015 Getty Images

올림픽 목표 달성 직전까지

그 영광의 순간을 상징하는 선수가 된 주장 사와는 2011 월드컵 우승 후 올림픽에 대해 “그게 우리의 다음 목표입니다.”라고 말했고, 2015년 은퇴할 때까지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어갔습니다.

사와의 '나데시코 재팬'은 그 꿈을 이루기 직전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런던 2012에서 금메달 결정전까지 올라간 일본은 미국과 2011 여자 월드컵 결승 재대결을 펼쳤고,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2-1 패배의 아쉬움을 경험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 스포츠 역사상 최고의 영웅 중 한 명, 사와가 말한 올림픽 금메달이란 궁극의 목표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 여름, 전 세계가 어려움에 빠져 있는 이 시기에 일본은 축구에서(남자와 여자 모두) 다시 한 번 나라에 기쁨을 안겨줄 기회를 앞두고 있으니까요.

2011 여자 월드컵을 우승한 일본 스타들이 이번 목요일 후쿠시마에서 성화 봉송의 출발을 알리며 달릴 때, 모두는 2011년의 7월, 쿠마가이 사키의 승부차기가 탑코너에 꽂히며 승리가 결정되는 순간에 서로 손을 잡고 달려나가며 기뻐하던 사와와 팀원들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