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의 날: 이대훈 "역사에 남을 선수들이 태권도에서 나와서 기뻐요"

9월 4일은 태권도의 날입니다. Olympics.com이 태권도의 날을 맞이해 이제는 매트를 떠났지만, 태권도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많은 후배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이대훈 선수와 함께 올림픽 추억, 세계1등의 '멘탈 관리법', 세계 태권도의 상향 평준화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J Monica Kim 기자
촬영 2016 Getty Images

이대훈은 2개의 올림픽 메달(런던 2012 은메달, 리우 2016 동메달), 세계선수권 3회 우승(2011, 2013, 2017), 아시안게임 3연패(2010, 2014, 2018), 아시아선수권 2회 우승(2012, 2014), 그랑프리파이널 5년 연속 우승(2015-2019), 월드 그랑프리 11연승, 세계태권도연맹(WT) 올해의 남자선수상 개인 통산 4번 (2014, 2015, 2017, 2018)등 그 어떤 선수보다도 가장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내고, 지난해 12월 현역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태권도 하면 이대훈 선수가 떠오르며 그리워하는 올림픽 팬들을 위해, Olympics.com이 2022년 태권도의 날(9월 4일)을 맞이해 이대훈 선수와 함께 선수 생활을 돌아보고, 세계 태권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태권도의 날이란?

태권도의 날은 세계태권도연맹(WT)이 2006년 태권도의 보급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입니다. 1994년 9월 4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기에, 9월 4일을 태권도의 날로 정했습니다.  

런던 2012: 최고의 올림픽 순간

이대훈은 2010년 한성고등학교 3학년 시절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됐습니다.

그는 Olympics.com에 "제일 처음 했던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처음 서울시 대표를 했던 순간, 처음 주니어 대표가 됐던 순간, 그리고 처음 시니어 국가대표가 돼서 처음 국제대회에 나갔던 순간 등 그런 처음이었던 순간들이 아무래도 좀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라고 말했습니다.

이대훈은 첫 성인 국제대회인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63kg급 금메달을 획득하며 '전설적인 커리어'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그는 이듬해 경주에서 열린 2011 세계태권도선수권 남자-63kg급에서 금메달을 땄고, 이어서 2012년 런던에서 올림픽 데뷔과 동시에 남자-58kg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대훈은 "물론 마지막 올림픽이었던 도쿄 올림픽이 가장 최근이기 때문에 기억에 선명할 수도 있겠지만 제 머릿속에 뭔가 더 강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처음 출전했던 런던 올림픽이에요,"라고 하며 이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당시 체중조절을 하면서 굉장히 힘들게 준비했던 올림픽이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가서, 올림픽 선수촌이나 올림픽 무대도 처음 접하면서 굉장히 재밌었죠."

이대훈은 총 3번의 올림픽을 포함해 여러 국제대회를 통해 가장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를 태권도의 인기로 꼽았습니다:

"도쿄 올림픽은 무관중이어서 예전만큼 뜨거운 현장은 아니었지만, 런던올림픽과 리우올림픽을 다니면서 감명받았던 건 올림픽에서만큼은 진짜 태권도가 인기 있는 종목이라는 점이었어요. 경기표가 다 매진되고,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하러 와주신다는 걸 느꼈죠."

"올림픽뿐만 아니라 세계대회를 다녀봐도 해외 관중들도 많고, 타 인기 스포츠 종목 못지않게 굉장히 열광하는 분위기여서 이런 모습을 국내대회에서도 더 자주 봤으면 좋겠어요."

세계 1등의 비결: "자만하지 않고, 더 성실해야 한다는 마음가짐"

이대훈은 어린 시절 태권도 관장이었던 아버지를 포함해 여러 지도자를 거치며, 가장 먼저 배웠던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잘할수록 더 성실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입니다.

그는 Olympics.com에 "처음 국가대표가 돼서 세계대회에서 1등을 해도 그다음 해에 바로 성적을 못 내는 선수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전 어릴 때 부모님 및 지도자 선생님들로부터 잘할 때 자만하면 안되고, 더 성실해야 한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항상 받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이대훈은 특히 리우 2016 준준결승전에서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에, 그리고 도쿄 2020 준준결승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울루그벡 라시토프에 패했을 때, 자신이 졌다는 실망감에 빠지기 보다는 멋진 경기를 펼친 상대의 손을 들어 올려 축하해주는 세계 1인자의 품격을 보여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이대훈을 꺾은 아부가우시와 라시토프는 결국 조국에 첫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했습니다.

그는 "저도 정말 열심히 했지만, 상대 선수도 그만큼 열심히 노력한 걸 느꼈기에, 상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축하해줄 수 있었죠,"라고 말하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어쩌면 그런 모습이 제가 승패에 무덤덤한 인상을 줬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어릴 때부터 정말 수없이 많은 경기를 뛰고, 지면서 상처도 많이 받고 실망도 했어요. 어쩔 땐 지고 나서 '나 이러다가 정말 큰일 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좌절했던 적도 있어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여러 경험을 하며 그 당시 실패라고 느껴졌던 게 그렇게 큰 실패가 아니더라고요. 그 경기에서 졌다고 실패한 삶이 아니고, 오히려 그 경험을 토대로 현재의 내가 잘살고있으면 그 과거의 실패가 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는 걸 느꼈죠."

세계태권도의 상향평준화

"태국이나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같은 국가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가 태권도에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저는 굉장히 기쁘고, 태권도 선수로서 자부심도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이대훈, Olympics.com)

요르단의 아흐마드 아부가우시와 코트디부아르의 셰이크 살라 시세가 리우 2016 남자 -68kg급과 -80kg급에서 각각 거머쥔 금메달은 자신의 조국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었습니다.

또한, 지난해 비록 팀 코리아를 도쿄 2020 태권도 시상대 꼭대기 위에서 볼 수 없었지만, 우즈베키스탄, 태국, 크로아티아 등이 사상 첫 태권도 금메달을 수확하기도 했습니다.

이대훈은 이런 상향 평준화를 반겼습니다. 그는 "저는 대한민국이 메달을 휩쓸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 한 사람으로서 정말 좋은 현상으로 보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김연아 선수가 세계적인 피겨 선수가 되면서 우리나라에 많은 꿈나무 선수들이 피겨를 하는 것처럼, 태국이나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같은 국가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선수가 태권도에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저는 굉장히 기쁘고, 태권도 선수로서 자부심도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이대훈은 "우선 여러 국가에서 훌륭한 선수들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태권도 종주국 대한민국의 훌륭하신 지도자 선생님들이 해외로 나가서, 경험, 전술 , 노하우 등을 전파했기에 전 세계적으로 경기력이 상향 평준화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대훈은 대한민국도 한 단계 진화하고 있는 다른 나라 태권도의 장점도 배울 때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여러 나라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나오는 이유는 그 국가에서 정말 큰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해요. 대한민국의 태권도도 전통적인 노하우만 가지고 경쟁한다기보다는 해외 곳곳에 퍼져있는 좋은 훈련법이나 전술 등도 배워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대훈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들에게

이대훈은 같은 체급인 -68kg급의 진호준뿐만아니라 -58kg급 박태준, -80kg급 박우혁을 비롯해 패럴림픽 태권도 동메달리스트 주정훈까지 여러 태권도 선수들의 롤모델입니다.

이대훈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전 쟁쟁한 후배들이 많다고 생각해서 은퇴를 선언할 수 있었죠. 우선, 저 말고도 어떤 한 선수를 롤모델로 삼고,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들이 많이 있는데, 물론 롤모델을 따라서 훈련하면, 많이 성장하고, 바뀌는 부분도 많아요. 그런 부분을 잘 활용하면 좋지만, 그 롤모델인 선수만 보고 훈련하다 보면 뭔가 그 선수를 뛰어넘지 못하는 유망주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라는 롤모델이 아닌 자기 자신을 롤모델 삼으며, 자신의 한계를 더 높게 정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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