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스타일의 복싱은 어떻게 올림픽을 제패했을까

올림픽의 역사속에는 ‘인크레더블 팀’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성과를 낸 팀들이 존재합니다. 도쿄 2020을 통해 올림픽을 빛냈던 잊을 수 없는 팀과 스타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만나보세요. 이번 시간에는 세 번의 올림픽을 연달아 제패했던 쿠바 복싱 대표팀의 이야기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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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Allsport UK/Allsport)

시작

복싱은 100년 이상 쿠바의 전통적인 오락거리로 자리잡아온 스포츠입니다. 1930년대에 인기를 끌기 시작한 쿠바의 복싱은 쿠바 출신 선수들이 프로 복싱 타이틀을 획득하기 시작하며 다음 몇십년간 꾸준히 성장해 나갑니다. 엘리지오 사르디냐스 몬탈보와 헤라르도 곤잘레스 같은 선수들의 세계 챔피언 등극이 어린 세대들에게 복싱을 향한 문을 열어놓은 것입니다.

결국 쿠바 복서들의 뛰어난 실력은 올림픽을 포함한 아마추어 무대로까지 퍼져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복싱은 국가적인 스포츠 훈련 프로그램이 시행되며 더욱 발전합니다.

쿠바 복싱은 멕시코 1968에서 올림픽 무대에 자리를 굳혔고, 엔리케 레궤이페로스와 롤란도 가르베이가 올림픽 복싱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쿠바의 첫 메달들을 따냈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메달 획득은 독일 뮌헨에서 열릴 다음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던 16세의 쿠바 복서, 테오필로 스테벤손에게 큰 영감을 주게 됩니다.

최대의 승리

1972 뮌헨 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유럽으로 향한 쿠바 복싱 대표팀은 알시데스 사가라 카론이 길러낸 강력한 팀이었고, 이들은 뮌헨에서 역사를 만들게 됩니다.

첫 번째 승리는 벤텀급의 올란도 마르티네즈의 차지였고, 이것으로 마르티네즈는 쿠바 최초의 올림픽 챔피언으로 등극합니다.

첫 번째 챔피언이 탄생한 지 몇 시간 후에는 모든 경기를 KO승으로 이기고 올라온 테오필로 스테벤손의 헤비급 결승전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대인 루마니아 선수가 기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고, 결국 스테벤손은 글러브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자신의 첫 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세 번의 올림픽(뮌헨 1972, 몬트리올 1976, 모스크바 1980)동안 이어지는 금메달 행진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뮌헨에서 쿠바 복싱 팀은 또 하나의 금메달을 추가했고, 은메달 한 개와 동메달 한 개도 따냈습니다.

1976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쿠바는 또다시 세 개의 금메달을 따냈고, 여기에 은메달 세 개와 동메달 두 개도 추가되었습니다.

그러나, 쿠바 복싱이 정점을 찍은 것은 1980 모스크바 올림픽이었습니다. 가장 큰 라이벌, 미국이 불참하며 쿠바는 복싱 무대를 지배했고, 여섯 개의 금메달과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낸 것입니다.

1972년부터 1980년까지 쿠바 복서들은 메달의 숫자 뿐만 아니라 올림픽의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복싱 스타일 역시 보여줬습니다. 쿠바의 복싱 기술은 댄스와도 비교되며 파워가 아닌 정밀함과 전략,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복싱이었기 때문입니다.

스테벤손이 강력한 오른손과 KO 승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테벤손의 필살기라고 할 수 있는 동작은 상대가 타격을 위해 가드를 내리는 순간 라이트로 들어가는 카운터였습니다.

이 스타일은 쿠바 복싱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는 알시데스 사가라 카론이 만들어 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올림픽 채널의 다큐멘터리, ‘더 피플스 파이터스: 테오필로 스테벤손과 쿠바 복싱의 전설’에서 1980 모스크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아르만도 마르티네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쿠바 복싱의 아버지였습니다. 우리를 올림픽 챔피언으로 만든 분이에요.”

알시데스 사가라 카론은 자신이 가르치는 모든 복서들이 링 안에서 리듬을 타며 움직이고 빠른 반응력을 보여 주기를 원했습니다. KO승도 그에게는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까다로운 코치였죠.

올림픽 2연패를 거둔 아리엘 에르난데스 아즈쿠이(1992. 1996)는 이렇게 말합니다. “엄청난 스승이었습니다. 아주 거칠지만 우리가 이 세대에서 거둔 결과로 알 수 있어요. 상대를 KO로 꺾어도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1라운드 35초만에 KO승을 거둬도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아직 완성이 안되었어. 체육관으로 가서 6분 더 훈련해.”

(Photo by Allsport UK/Allsport)

그 이후

모스크바 1980 이후 쿠바는 다음 두 번의 올림픽에 불참하지만, 복싱의 전통은 계속 이어집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으로 복귀한 쿠바는 7개의 금메달과 2개의 은메달을 따냈고, 스테벤손의 후계자로 떠오른 펠릭스 사본은 올림픽 3연패(바르셀로나 1992, 애틀랜타 1996, 시드니 2000)를 달성하게 됩니다. 사본 역시 알시데스 사가라 카론이 길러낸 선수였죠.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쿠바는 네 개의 금메달과 세 개의 은메달을 따냅니다.

쿠바의 메달 행진은 2008 베이징 올림픽까지 이어졌지만, 베이징에서는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1972 뮌헨 이후 처음으로 금메달 없이 대회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많은 쿠바 선수들이 프로 복싱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는 지금도 쿠바만의 복싱 스타일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6 리우 올림픽 챔피언, 훌리오 세자르 데 라 크루즈: “지금의 롤 모델들도 쿠바 선수들입니다. 기예르모 리곤도, 오들라니어 솔리스…쿠바 복싱의 아버지, 알시데스 사가라 카론 교수의 철학을 따르는 복서들이요. 타격과 회피의 미학. 그것이 쿠바 스타일의 복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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