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 니엔-친: 새로운 복싱 여제의 등장

올림픽 출전을 확정짓고 우승을 준비하고 있는 세계 랭킹 1위, 첸 니엔-친. 중화 타이베이 출신의 복서인 그녀는 이제 일생 최대의 싸움에 나서려 하고 있습니다.

촬영 Courtesy of the National Olympic Committee

14살 때 처음 복싱 글러브를 손에 꼈던 순간부터 그녀의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시작한 일은 끝을 보자."

그렇기에 첸은, 스스로의 힘으로 신주 시(*중화 타이베이의 도시)로 이사한 뒤 자신이 팀 내 유일한 여자 선수임을 깨달았을 때 역시 - 당시 중화 타이베이에서 이는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 복싱을 계속했던 것입니다.

당연히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선배들로부터 조롱을 받으면서 첸은 여러 차례 훈련장에서 도망나오거나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코치도 단지 그녀를 다시 데려오라고 선배들을 꾸짖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복싱을 그만두는 대신 그 상황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23세가 된 첸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제가 마음 속에 새기고 있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일이 닥치든, 나는 오늘 무언가를 해내 너희들이 입을 다물게 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저를 괴롭혀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실력이 부족해도 상관없어요. 저는 다만 이렇게 묵묵히 연습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그러한 시간들은 더 냉정한 태도로 복싱에 임해야겠다는 신념을 한층 날카롭게 만들었습니다.

화롄 시(*중화 타이베이의 도시) 출신이자, 중화 타이베이의 토착 부족인 아미스족과 부눈족의 핏줄인 첸은 "남자 아이들과 같이 훈련하려면 더 강인해져야 한다고 봅니다."라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팀 내 홍일점으로서 첸은 자신보다 복싱 경험이 많았던 또래 남자 아이들과의 '스파링 기회'라는 이점을 누렸습니다. 이를 통해 싸움의 기술은 물론이고 스포츠계에서의 생존에 필수적인 정서적 회복력까지 연마할 수 있었죠.

"남자 아이들과 함께하는 훈련의 장점은 그들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요. 기술적-전술적 발전을 금세 이룰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또래 남자 아이들과 겨루는 과정에서 눈물이 나온다거나, 지나치게 큰 압박감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말 그대로 무너져버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남자 아이들과 훈련했던 덕에, 오늘 무언가를 해내지 못해도 이를 악물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를 천천히 갖춰 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도전 - 체급 변경

복싱 입문 후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첸이 재능있는 복서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됐습니다.

선수 경력 초기에 첸은 75kg급에서 활약하면서 상당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이는 선배들의 존중과 팀 내의 합당한 지위를 얻는 데 도움이 됐죠. 2014 난징 청소년 올림픽과 2016 세계선수권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건 그녀는 단 19세의 나이에 리우 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무대에 첫 발을 내딛기까지 했습니다.

그렇지만 또 다른 도전이 찾아옵니다.

2018년 세계 랭킹 8위를 기록하고 있던 첸에게, 그녀의 코치가 체급을 69kg급으로 낮춰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던졌던 것입니다. 그때 첸은 '세계 랭킹 8위'가 자기 선수 경력의 정점일 것이라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때 코치가 제게 해준 말의 요지는 이러한 것이었어요: 젠더 평등에 대한 국제적인 요구로 인해 여자 복싱에도 두 개 체급이 신설됐는데, 제 체급이 그 두 체급 즈음에 위치해 있다는 말이었죠."

"69kg급에서 뛰어보라는 말을 잘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는 75kg급 세계 랭킹 8위이다. 2020 도쿄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지을 수 있는 시점까지 2년, 아니면 2~3년이 남아있는데 맨바닥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는 올림픽에 꼭 출전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답했습니다."

Chen Nien Chin
촬영 2014 Getty Images

그러나 천주교인이었던 첸은 어떤 계시가 있길 바랐습니다.

"처음 복싱을 했을 때부터 제 안에는 '해버려!'라는 목소리가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하나님의 그 놀라운 선물을 받기 위해서라도, '그래, 하자!'라고 바로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스스로에게 말했었어요."

"[체급 변경에 관한 코치의 말과] 제 감정을 이해하고 난 후에도 똑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한 번 더 열심히 해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체급을 낮추는 일은 단지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 이상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모든 방면에서 새로 적응해야 하기에, 기본적으로 체급 변경은 원점으로의 회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입니다.

"75kg급에서 69kg급으로의 체급 변경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에, 신체조성이나 기술적 측면에서의 전술, 스피드 같은 것들이 고려돼야만 합니다. 체급이 달라지면 이 요소들도 완전히 달라져요. 새로운 조건에 다시 자신을 맞춰야하는 셈입니다. 이것이 체급 변경의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체급 변경은 무엇보다도 기술적-전술적 변화와 관련된 문제라고 봐요. 복싱에서의 민첩성이나 스피드야 개선될 수 있을 테죠. '각 체급은 그 격렬함의 정도가 전부 상이하다, 경기의 격렬함도 그러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75kg급에 적응해야만 했었는데, 지금은 69kg급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첸은 스파링 훈련도 바꿔야 했습니다. 중화 타이베이에는 스파링 상대로 삼을 여자 선수가 없어 어쨌든 여전히 남자 선수와 스파링 훈련을 소화하지만요.

"[(스파링) 훈련을] 해야 할 때 저는, 더 재빠르고 체중이 가벼운 남자 선수를 상대한 다음에 더 높은 체급의 남자 선수를 상대합니다. (그 선수들의 체급이) 아마도 그럴 겁니다."

69kg급으로의 체급 변경이 옳은 판단이었음은 체급 변경 후 수개월 만에 입증됐습니다. 2018년에만 첸은 울란바토르 복싱컵, 세계대학복싱선수권, AIBA 여자세계복싱선수권의 3개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같은 해에 69kg급 세계 랭킹 1위도 차지했습니다.

2020년 3월, 결국 첸은 요르단에서 열린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올림픽 예선에서도 준결승에 진출하며 도쿄 대회 출전권을 확보했습니다. 이에 더해 그녀는 중화 타이베이의 스포츠 엘리트 어워드에서도 최고의 여자 선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첸의 치어리더들: 가족

여자 복서로서 첸이 거둔 영광은 그녀에게 '복싱 여제'라는 칭호를 가져다줬습니다. 원래 이 별명은 어렸을 때 친구가 첸에게 붙여준 것이었는데, 중화 타이베이 지역 언론이 이를 인용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평판을 얻고 수많은 성과를 올린 첸도, 복싱이라는 스포츠에 여전히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느낍니다.

첸은 "'복싱은 너무 폭력적이다', '복싱은 여자 아이들이 할 만한 스포츠가 아니다', 복싱계 바깥의 사람들 다수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떻게 네 부모님은 네가 복싱을 하게끔 내버려 둘 수가 있니, 어떻게 본인들 자식이 이렇게 맞게 내버려 둘 수가 있어?' 같은 식으로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말이지 이상한 생각입니다. 각각 토착민의 피를 가진 한 명의 인격체로서 제 부모님 두 분은 제가 복싱을 하는 것을 쭉 지지해주셨기 때문에, 나아가 제가 어려서부터 스포츠에 소질을 보였고 부모님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첸은 가족의 지지가 자신이 복싱에 전념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도 전했습니다.

"제 부모님은 동기 부여의 달인입니다. 두 분은 제게 '네가 오늘 선택한 이 길이 실패를 비롯해 어떤 일로 이어지든 간에 우리는 상관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만 네가 갈 길은 네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길은 끝까지 걸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말해줄 수 있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해줬어요."

"특히 아버지는 저를 정신적 측면에서 크게 지탱해주고 있어요. 제 삶의 정신적 멘토나 다름없는 분입니다."

처음에는 글을 읽을 줄 몰랐던 첸의 아버지는 딸의 경기를 보기 위해 글 읽는 법과 컴퓨터/스마트폰 사용법을 익혔습니다. 더하여 첸의 아버지는 가끔씩 경기에 관한 조언을 건네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이제 아버지는 하루종일 제 경기를 보는 법을 터득했어요. 제 경기를 늘 챙겨보다보니 최근에는 "아가, 오늘 발놀림이 그렇게 좋지 않구나. 무슨 일 있니?"라고 말해줄 정도에 이르렀죠."

"부모님의 지지는 제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여자는 복싱 못 해'라고 해도 부모님이 저를 지지해주는 한, 전혀 문제 없습니다." 첸은 덧붙였습니다.

금메달을 향하여

이렇듯 가족의 단단한 지원을 등에 업은 첸은 올림픽 본선 티켓을 손에 쥔 채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는 그녀에게 리우에서의 1라운드 탈락 경험을 만회할 기회가 될 것이지만, 첸은 (*목표에 닿기 위해서는) 다양한 능력을 갖춘 파이터로서의 장점을 도쿄 대회에서 잘 살려야만 함을 알고 있습니다.

"제 자신을(*복서보다는) 파이터로 간주하고 있어요. 다양한 스타일을 구사할 줄 아니까요. 한 가지에만 집착하는 편은 아닙니다. 미국의 테레사 같은 선수와는 정반대에요. 저는 75kg급에서 뛰던 시절이 있었고, 테레사도 그랬습니다. 그녀는 한 가지 스타일을 구사하면서 어떤 선수를 상대하든 똑같은 방법으로 승리를 거둡니다. 그러니까 그 한 가지 스타일로 그녀는 스스로를 경기에 대비시킬 줄 아는 것이죠. 그렇지만 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다양한 선수들을 상대하니 다양한 스타일을 쓰겠다는 말이에요."

현재 첸의 대회 준비 과정은 모두, 올림픽 경기장 링 위에서 그녀가 보통의 복서들과는 다른 선수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다.

"훈련, 계획 구성, 기술 연마 등에 온 힘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이런 대회에 대비하려면 머리를 잘 굴려야 해요."

"자기 자신을 평균적인 선수로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절대 본인을 보통 수준의 선수로 규정하면 안 돼요. 제가 보통의 선수였다면 아마 휴일에 어딘가로 놀러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출전을 위해서는] 남은 5개월을 [대회 준비에] 현명하게 사용해야만 해요."

CHEN Nien Chin

그 기회를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와는 무관하게, 도쿄 대회는 첸이 절대 그냥 흘려보낼 기회가 아닙니다. 첸의 시야에는 오직 한 가지, 금메달만이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매일 올림픽 꿈을 생각합니다. 매일, 저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언어폭력과 성적 고정관념을 극복한 것부터 체급 변경에 이르기까지, 사실 첸은 여자 복서로서 수많은 성과를 달성해왔습니다. 하지만 도쿄 대회에서 그녀가 더 쌓아올릴 수 있는 업적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이에 관해 첸은 스스로 결론을 내린 듯합니다.

"'나는 복싱 여제다'라고 믿어야 합니다. '내가 바로 복싱 여제다'라고 계속 생각하다 보면 언젠가는 진짜 복싱 여제가 될 테니까요. 지금의 저도 '나는 금메달리스트다, 나는 복싱 여제다'라고 나 자신에게 말하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있습니다.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국기관에서 첸과 다른 위대한 여성 복서들의 올림픽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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